기사 메일전송
기사수정

                                            연세대 객원교수, 철학박사






성공해라!”,  “부디 성공하기 바란다!” 

어떤 새로운 일을 추진하거나 넓은 의미로 새 출발하는 사람을 격려할 때 건네는 인사말이다. “기필코 성공하겠습니다.”, “꼭 성공하여 보답하겠습니다.” 격려받은 사람들의 대답이다. 


성공은 개인적인 경우 말고 사회적, 국가적인 맥락에서도 쓰인다. 국책 사업이 성공을 거두기를 바라고 국가 간에 복잡 미묘한 외교관계가 성공을 거두기를 희망한다. 

 

성공의 크기, 정도, 종류도 현란할 만큼 다양하다. 사랑하는 사람과 결혼하는 데 성공하는가 하면, 자기 자녀가 원하는 대학에 들어가서 그 부모가 자식 교육에 성공했다고 한다. 


운동선수가 금메달 따는 데 성공하는가 하면, 정치인이 국회의원에 당선되는 데 성공하기도 한다. 특정 기업이 시장을 석권하는 데 성공했다고 평가받는가 하면 수익률이 시원치 않아서 그것이 실속 없는 성공, 또는 실패였다고 간주되기도 한다.

 

책 제목에 ‘성공’이 들어간 경우도 엄청나게 많고 심지어 ‘성공학’이 학문의 한 분야인 양 쓰이기도 한다. 인터넷 검색창에 ‘성공’을 쳐도 그야말로 무수한 항목이 꾸역꾸역 튀어나온다. ‘성공’이 인간의 최대 관심사 중 하나임을 말해주는 사실이다.

 

과연 성공이란 무엇일까? 성공의 사전적인 의미는 ‘목적하는 바를 이루는 것’이다. 어떠한 목표를 세우고 거기에 도달하면 성공하는 것이다. 실로 간결 명쾌한 정의가 아닐 수 없다. 이런 사전적 정의를 고지식하게 따라가면 똑같은 사례에 대해서도 그것을 성공, 또는 실패라고 상반된 평가를 내릴 수 있음을 짐작할 수 있다.

 

어떤 성과를 성공이라고 말하는 까닭은, 그렇게 평가한 사람이 처음부터 목표나 기대치를 낮게 잡음으로써 결국 그런 수준을 충족시킨 것으로 보았기 때문일 수 있다. 반면에 애초에 큰 기대를 한 경우 설령 어떤 성과가 작지 않더라도 기대에 크게 미흡하게 보이므로 실패라고 규정하게 된다. 


간단히 말하면 성공과 실패를 가르는 기준은 목표치를 정하기 나름이다. 물론 목표는 습관적, 무의식적인 행동 속에 숨어 있어서 그것을 추구하는 사람 자신이 거의 의식하지 못할 수도 있고, 이모저모를 심사숙고한 끝에 설정될 수도 있다. 어찌 보면 인간의 삶은 이런저런 목표를 이루기 위해 기울이는 다양한 노력으로 짜이는 천 조각을 닮았다.

 

목표 중에는 개인적이거나 특수성을 띤 것이 있다. 달리 말하면, 누구든지 마땅히 추구해야 한다고 모든 사람에게 요구할 수는 없는 목표가 있다. 한 예로서, 누구나 김연아 선수처럼 스케이트를 잘 타야 한다거나 김연아 선수만큼 노력해야 한다고 요구할 수는 없다. 


그의 기술이 아무리 멋지고 경탄스러운 수준이며 만인의 인기와 부러움을 산다고 하더라도. 세계적인 피겨스케이트 선수가 되기를 꿈꾸는 사람에게라면 이런 요구가 당연함은 물론이다.

 

이제, 특수한 개인적인 성공이 아니라, 이와 대비되는 보편적 성공에 대해 생각해보자. 사람이라면 누구에게나 꼭 추구하라고 요구할 만한 그런 목표를 상정해보자는 것이다. 굳이 이름을 붙이자면 ‘인간으로서의 성공’이라고 부를 수 있겠다. 


완전하고 절대적인 존재인 신과, 오로지 본능에 따라 생존하고 번식하는 동물과의, 양 극단 존재자의 중간에 위치한 인간이 평생을 통해 마땅히 추구해야 할 그런 목표인 셈이다. 이와 관련해서 미국의 철학자이자 시인이었던 랄프 에머슨(Ralph W. Emerson, 1803~1882)의 <무엇이 성공인가>라는 제목의 시를 소개하고 싶다(다소 길지만 전문을 인용한다).

 

                       

                        "자주 그리고 많이 웃는 것,

                 현명한 이들에게 존경받고 

                 아이들에게 사랑받는 것,

                 정직한 비평가의 찬사를 듣고

                 거짓된 친구의 배신을 견뎌내는 것,

                 아름다움을 헤아릴 줄 알며 

                 다른 사람에게서 최선의 것을 발견하는 것,

                 튼튼한 아이를 가지든 한 뙈기의 정원을 가꾸든

                 사회 환경을 개선하든 간에

                 세상을 조금이라도 더 좋은 곳으로 

                 만들어 놓고 떠나는 것,

                 그대가 살았음으로 인해 

                 단 한 사람의 인생이라도 더 행복해짐을 깨닫는 것,

                 이것이 참된 성공이다."

 


에머슨의 이 시는 우리로 하여금 인간으로서의 성공에 관해 깊이 생각하게 만든다. 단숨에 읽어보면 인간으로서의 성공, 진정한 성공이 별스럽지 않은 것 같기도 하다. 그러나 한 줄 한 줄 음미해보면, 진정한 성공의 의미를 깨닫는 것, 나아가서 실제로 그런 성공을 거두는 것, 그 어느 하나도 녹록치 않음을 발견하게 된다. 차라리 흔한 일상적 의미에서 말하는 성공, 개인적인 특수한 성공을 거두는 편이 훨씬 수월해 보인다.

 

가속적인 변화의 시대, 무한경쟁의 오늘을 사는 우리는 너나없이 성공을 원하고 성공에 열광하고 성공을 향해 숨 가쁘게 달린다. 그만큼 성공은 인간이 추구하는 보편적 가치라는 말이 된다. 대체로 사람들은 무엇이 과연 성공인지 잘 안다고 여긴다. 


그런데 유명 인사에 대해서는 물론이고 자신이나 가족, 주위 사람에 대해 인간으로서 성공적인지, 에머슨의 표현을 빌리면 ‘진정한 성공’을 거뒀는지 별로 생각해보지 않는다. 

 

우리 사회 분위기가 이래저래 어수선한 이즈음 인간으로서의 성공에 대해 되물어보는 것도 뜻있는 일이 아닐 수 없다. 우리의 일상을 에머슨이 말하는 진정한 성공을 지향하는 꾸준한 노력으로 채우도록 해 보자. 분명히, 인간으로서 성공하는 길을 걷는 것은 인간으로서 행복한 길을 걷는 것과 직결될 테니까. 

0
기사수정
  • 기사등록 2023-06-07 12:42:04
기자프로필
프로필이미지
포토뉴스
확대이미지 영역
  •  기사 이미지 대학생 베트남 해외자원봉사 앞두고 사전 준비교육 가져
  •  기사 이미지 몽골 사막에 제2의 한국 세워졌다
  •  기사 이미지 DAC's Relief Efforts in Turkey
모바일 버전 바로가기